“거만해”...축구인들이 얘기한 히딩크 감독

2017-09-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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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인들도 히딩크 감독의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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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정말 예의가 아니다.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처사다. 만약에 진심으로 걱정이 됐다면, 심각하게 흔들렸던 최종예선 때 지휘봉을 잡겠다는 뜻을 전했어야한다. 본선에 나가니까 도와주겠다? 이건 아니다."

뜬금없는 타이밍에 거스 히딩크 감독이 화제다. 국내 한 매체가 6일 오후 "지난 6월 슈틸리케 감독 사퇴 이후,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을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히딩크 측 관계자가 전했다"고 보도하면서 불을 지폈다.

그날 새벽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시점이라 말이 많을 수밖에 없던 타이밍이었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월드컵 본선을 확정한 오늘 같은 날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정말 안타깝다.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더 이상 화제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그냥 대응하지 않았으면 싶다"고 말한 뒤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는 일이고 그럴 생각도 없다"는 말로 가능성을 일축했다.

축구인들도 히딩크 감독의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K리그 현직 감독인 A씨는 "신태용 감독이 우즈벡에서 마지막 기자회견 때, '난 신씨지만 신은 아니다'라는 농담을 했다고 들었다. 히딩크 감독은 신인가?"라고 말한 뒤 "신태용 감독이 당장 마음에 들지 않아서, 현재 대표팀 전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서 비판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다. 이런 방식은 아니다"고 성토했다.

축구인 B씨 역시 "나도 보도를 지켜봤다. 일단 내용부터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 6월 슈틸리케 감독이 경질됐을 때 그런 의사(한국대표팀 부임 용의)를 밝혔다는데, 왜 그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다가 지금 오픈하는가"라고 격분했다. 그는 "당시는 월드컵에 떨어질 수도 있었던 때다. 지금은 본선 진출을 확정한 상황이다. 위험부담이 있을 때는 잠자코 있다가 월드컵 때는 한국을 위해 봉사하겠다?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축구관계자 C씨는 "우즈벡과의 경기 후반 44분보다 더 심장이 떨리게 하는 발언"이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히딩크 감독은 분명 명장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한국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존중과 존경심이 사라졌다. 진짜로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주변에 욕심 많은 이들의 발언이라 생각한다"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이 진심이라면 이렇게 거만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본선에 나가면, 한국 국민들이 원한다면 맡아주겠다는 게 무슨 영웅 심리인가"라고 답답함을 표했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측은 고민할 가치도 없는 일이라 잘라 말하고 있다. 축구협회 한 관계자는 "공짜로 오겠다고 해도 쓸 생각 없다"고 불쾌함을 말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귀국 후 공식 석상에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고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가 나와 불쾌하고 어처구니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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